양사 합병 주도했던 産銀 책임론 불거져

입력 2022-01-14 00:41   수정 2022-01-14 00:42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되면서 합병을 주도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산은과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3월 본계약 체결 당시 “한국 조선업이 1위를 지키려면 중국과 일본 조선사가 몸집을 더 불리기 전에 ‘빅2’로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이 2위 대우조선을 인수해 초대형 조선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시에도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합병의 최대 관건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합병은 우리끼리 결정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며 “EU 등 주요 국가의 독점 규제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은 대우조선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간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아래 자회사로 두는 구조여서 독과점 문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고객인 선주사들의 입김이 강한 조선업계 특성상 조선사의 점유율이 높아지더라도 시장질서가 훼손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산은의 예상과 달리 EU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기업결합 심사를 차일피일 늦췄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그룹에 LNG선 시장 독점을 해결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당시로선 두 회사 합병이 산은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면서도 “EU가 승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도 이를 외면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승인을 3년째 미룬 것도 EU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9년 3월 당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한국 공정위가 먼저 결론을 내리면 외국 경쟁당국에서 우리 판단을 참고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먼저 조치를 내릴 경우 해외 경쟁당국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조율하는 부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기업의 결합심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해를 넘기도록 공정위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합병을 무산시켰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EU에 책임을 떠넘긴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강경민/황정환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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